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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만 되면 사라지는 울릉도 흑비둘기 비밀 풀렸다
KOECO
2019.04.03 10:24 49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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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인 흑비둘기. [사진 국립생태원]

울릉도에서 서식하다가 겨울만 되면 어디론가 사라졌던 멸종위기종 흑비둘기의 이동 경로가 처음으로 밝혀졌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국내기술로 개발된 휴대전화 기반 위치추적기(WT300) 추적조사를 통해 울릉도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흑비둘기가 일본에서 월동하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흑비둘기는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지정한 적색목록 준위협(NT, Near Threatened) 단계의 국제적인 보호종이다. 몸길이가 40㎝에 이를 정도로 국내 비둘기류 중에서 가장 크다. 

흑비둘기는 1936년 울릉도에서 채집된 암컷 1마리 표본이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되면서 서식이 확인됐다. 해외에서는 일본, 러시아 동부, 타이완 등지에 분포하며, 국내에서는 남해안 섬과 울릉도에서 관찰되고 있다. 

울릉도는 국내 흑비둘기 최대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번식 시기(3월~8월)에 500여 개체가 나타났다가 겨울철에는 전혀 관찰되지 않으면서 그동안 울릉도 흑비둘기의 월동지역 정보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국립생태원 연구진과 최순규 강원대 박사 등 공동연구팀은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울릉도에 사는 흑비둘기 1마리에 휴대전화 기반 위치추적기(WT300)를 달고 겨울철 이동 정보를 추적했다. 
 

278㎞ 떨어진 일본 섬에서 겨울 보내

흑비둘기 이동 경로. [국립생태원 제공]

이 흑비둘기는 울릉도에서 여름을 보낸 뒤 2017년 9월 20일에 섬을 떠나 직선거리로 약 278㎞ 떨어진 일본 북서쪽 시마네현 오키노시마 섬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오키노시마와 니시노시마에서 208일 동안 머물다가 니시노시마에서 이듬해 4월 16일에 출발해 울릉도에 다시 돌아왔다. 

최순규 박사는 “겨울에 울릉도에 눈이 두껍게 쌓여서 먹이를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가장 가까운 섬인 일본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텃새로 알려진 흑비둘기가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다는 게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휴대전화 로밍 기능 활용해 위치 전송

흑비둘기에 부착한 휴대전화 기반 위치추적기. [국립생태원 제공]

연구진은 흑비둘기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휴대전화 기술을 활용했다. 국제 통화(글로벌 로밍)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 기반의 통신 장비를 흑비둘기에 부착한 것이다. 

최 박사는 “전화가 터지는 곳에 가면 흑비둘기에 부착한 통신 장비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듯이 좌푯값을 보내기 때문에 흑비둘기의 실시간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에는 철새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새의 다리에 가락지를 부착하는 가락지부착조사가 가장 많이 사용됐다. 하지만, 낮은 회수율로 인해 연구 성과를 얻기가 어려웠다. 

저어새, 독수리 등 대형 조류의 경우에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추적기(PTT) 기술을 활용하지만, 운용 비용이 대당 1000만 원에 이른다. 

이번에 국내 기술로 개발한 휴대전화 기반 위치추적기는 인공위성 위치추적기 기술보다 비용이 5분의 1 수준으로 낮다. 무게도 27g으로 가벼운 편이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이번 흑비둘기 이동 경로 추적 연구는 국내 정보통신기술과 생태조사를 융합해 국제적 보호종의 생태를 규명한 것”이라며 “향후 다양한 생물의 생태를 이해하기 위한 첨단 조사방법으로 발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흑비둘기의 이번 이동 경로에 대한 연구 논문을 미국에서 발간하는 과학잡지 퍼시픽 사이언스 4월호에 게재할 예정이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